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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와 그 호흡을 같이해온 우리 시대의 민중판화가 이철수. ‘동양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한 정신의 언어‘(시인, 미술평론가 조정권)와 단아한 화풍으로 일상의 깨달음을 새겨온 그가 ‘원불교 100주년‘을 맞아 펴낸 대종경 연작판화집. 3년여간 원불교 경전을 수없이 곱씹으며, 그 뜻을 목판에 새기고 종이에 찍어내 채색한 결과물이 총 203점의 판화로 태어난 것이다.
애당초 특정 종교를 선전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 당대의 화두들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선생의 정신과 원불교의 사상이 만나서 공명한 깊은 사유의 결실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원불교의 개교표어는 물질의 격류를 따라가지 못한 인간의 정신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지금, 현대인들이 한번쯤 마음으로 풀어가보아야 할 귀중한 질문을 던진다.
* 서적/판화 관련 신문 기사 –
[바로 가기 1, 판화가 이철수, <대종경>을 판화에 새기다, 9/27/2013, 원불교신문]
[바로 가기 2, 개벽의 아침 사상가를 만나다 3 – <대종경>말씀 새긴 이철수 판화가, 1/2/2015, 원불교신문 ]
[바로 가기 3, 목판화가 이철수, 목소리 낮췄다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 10/16/2015, 중앙일보]
[바로 가기 4, 판화가 이철수, <대종경>을 판화에 새기다, 11/27/2015, 원불교신문]
ABOUT THE AUTHOR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판화가인 이철수는 오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를 들으며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1981년의 첫 개인전 이후 팔십년대 내내 탁월한 민중 판화가로서 이름을 떨친 그는, 구십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상과 자연과 선禪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 세계에 골몰해 왔다. 평범한 일상이 드높은 정신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존재와 삶의 경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믿는 그의 판화는 간결하고 단순하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선禪적인 시정과 삶의 긍정을 담아 내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과 함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81년 이후 국내의 여러 주요 도시와 독일,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판화집 「생명의 노래」(2005년), 「이철수의 ‘작은 선물’」(2004년)을 위시해서,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시리즈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과 판화 산문집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소리 하나」,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같은 책을 국내외에서 출판하였다. 지금 제천 외곽의 농촌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판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작 : <2019 이철수 판화 달력 (탁상용)>,<2019 이철수 판화 달력 (벽걸이용 중형)>,<2019 이철수 판화 달력 (벽걸이용 대형)> 등
Korean master woodcut artist Lee Chulsoo creates visual and verbal poems that express universal messages. They reflect his life as a rice farmer, Zen Buddhist practitioner, and keen observer of daily events taking place locally in his home village, and at the national and global levels. Lee’s poetic reflections express the relationships humans have with their natural environment, their families and neighbors, and with all people around the world.
CONTENTS 
한국 현대사와 그 호흡을 같이해온 우리 시대의 민중판화가 이철수. “동양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한 정신의 언어”(시인·미술평론가 조정권)와 단아한 화풍으로 일상의 깨달음을 새겨온 그가 ‘원불교 100주년’을 맞아 대종경 연작판화집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를 펴냈다. 3년여간 원불교 경전을 수없이 곱씹으며, 그 뜻을 목판에 새기고 종이에 찍어내 채색한 결과물이 총 203점의 판화로 태어난 것이다. 애당초 특정 종교를 선전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 당대의 화두들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선생의 정신과 원불교의 사상이 만나서 공명한 깊은 사유의 결실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원불교의 개교표어는 물질의 격류를 따라가지 못한 인간의 정신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지금, 현대인들이 한번쯤 마음으로 풀어가보아야 할 귀중한 질문을 던진다.
이철수의 칼끝에서 새로 피어난 대종경,
맑은 진리의 길을 비추다
원불교의 교리는 학식과 경험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기록한 ‘대종경’은 여타의 어려운 경전과 달리, 친숙한 생활언어로 풀어낸 진리들로 가득하다. 대종경을 관통하는 법문은 “천하 사람이 다 행할 수 있는 것은 천하의 큰 도요, 적은 수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도라” 하는 구절에 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드넓은 시야에,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도야말로 ‘참도’라는 깨달음을 더했다. 뜬구름 잡는 말 없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 경전은 무릎을 한껏 낮춰, 일상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와 다정히 눈 맞추며 친히 행하여 가르친다. 그 앞에서 특정 종교의 경계는 이미 눈녹듯 사라져 있다. 평등하게 만물을 비추어 어루만지는 선禪의 빛살은 이철수 특유의 산뜻하고 힘있는 선線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판화라는 형식 또한 안성맞춤이다. 원판 하나로 똑같은 작품을 몇 번이고 찍어낼 수 있는 판화는 ‘써도 남고 써도 남는’ 무량無量한 지혜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 아닐까. 한 사람이 공력을 들여 완성한 그림 한 점이 무한한 수의 사람들에게 오롯이 닿아, 각자의 마음속에 무한한 깨달음의 씨앗을 심어주므로. 더욱이 이철수는 오로지 칼을 쟁기 삼아 목판 경작耕作에 매진하며, 구도하듯이 평생 목판화로 용맹정진해왔다. 그의 작품활동이 수도자의 고행과 겹쳐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로 인해 목판화가 존재감을 얻었고, 그로 인해 목판화의 맛과 멋이 비로소 대중화되었다. 그는 ‘칼을 든 구도자’다.
우리의 마음밭에 고운 봄꽃 하나 피워올리기를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에는 별지로 마련된 판화 3점과 원불교 정전正典 및 대종경 속 법문을 구현해낸 판화 200점이 수록되어 있다. 광고인이자 작가인 박웅현의 해설대로, 이철수 판화의 가장 큰 매력은 “쾌도난마”, 촌철살인의 아찔함에 있다. 단아하고 담백한 화풍, 여백의 여운에 무심히 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뒷머리가 선뜩해지며 무언가를 깨치게 되는 것이다. 이철수 판화 속 선문답식 글귀들은 자주 느낌표로 마무리되곤 하는데, 그 올곧은 직선을 보고 있노라면 제 마음속에도 단단하고 굳은 심이 박히는 듯하다. 그러다 어느 한 작품을 마주하면 머리를 맑히는 충격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바로 <좌선>(39쪽)이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사용하지 않고도 몇 가닥의 선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경지. 마치 단원 김홍도의 걸작 <염불서승>을 목판으로 껴안으며 승화시킨 듯한 이 작품은 이철수가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구현한 조형적인 절창 중 하나다.
판화 속 글귀들은 일일이 영문으로 번역하여 해당 작품 옆에 배치했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이 간결한 판화에 담긴 깊은 의미를 두루 전하기 위함이다. 판화집 전체를 아우를 해설도 대종경의 특성을 좇아가도록 고심하여 실었다. 박웅현은 해설에서 미술이나 종교에 대한 전문지식을 걷어내고 일반 독자의 눈높이로 이 책을 읽는다. 덕분에 우리는 이 판화집을 부담 없이 따라 읽고 공감하며, 이철수의 판화세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판화를 접한 뒤, 관련 경전 구절을 찾아 읽고 싶어질 독자들을 위해서 판화가 담고 있는 경전 부분 또한 발췌하여 도서의 말미에 덧붙였다. 이 책 한 권이 우리의 마음공부에 온전한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이철수 선생의 뜻이다. 판화집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대종경은 따로 단행본으로 묶여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사私가 없기에 평등하게 불어주는 봄바람처럼, 이철수가 전하는 일원의 진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마음 구석구석에 속속들이 닿는다. 이제 우리가 그 ‘봄꽃 소식’이 될 차례다. 아직은 결이 거친 그 마음밭에 고운 봄꽃 하나 피워올리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