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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농부 전희식이 그의 시골집에서 동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읍내를 넘어 버스를 타고 오가는 도시의 아스팔트, 마침내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중국과 남미에 이르는 해외까지 삶의 현장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사람과 더불어 일하고, 세상을 살리는 ‘농사 너머의 농사’를 통해 내 마음의 행방을 알아채고, 내 마음 농사를 짓는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이다.
책속에서
P. 14~16 명상을 마치고 열이틀 만에 내 휴대전화와 책, 필기도구를 돌려받고 든 생각은, 평소에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참 많이 하며 산다는 것이었다. (중략) 감각에 매이지 않고 단지 바라볼 수 있는 힘, 그 힘을 기르는 일에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닥친 일을 바르고 조화롭게 처리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P. 37 상처 입은 사람들을 돌보는 곳에서 일하는 그 후배는 늘 긴장이 연속되는 상황에 있었고 긴장은 사건과 사고를 유발했다. 악순환이었다.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오르내렸다. 그에게 ‘요란스럽게 반겨 주는 놀이’를 제안했다. 사소한 일들에도 한꺼번에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는 ‘놀이 시간’을 가져 보라고 했다. 특별한 조건이 없이 해 보라고 했… 더보기
P. 44~45 지난겨울은 추위가 유난히 심해서 난방비가 많이 들었다고들 하는데, 가만히 돌이켜보니 우리 집 난방비는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중략) 보일러가 없다. 전기장판도 안 쓴다. 대신 아궁이에 불을 때 방을 덥힌다. 그래서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스위치만 건드리면 난방이 되는 게 아니고, 몸 노동이 필요하다. 나무를 해 와야 하고 (… 더보기
P. 68 (겨울나무는) 추위가 몰려오는데도 껴입지 않고 도리어 한 꺼풀씩 벗는다. 엄한 겨울을 견뎌야 할 자연의 겨울 채비는 실은 봄 채비다. 꽃 피울 새봄을 위해 벗고 버리는 것이다. 비상시국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자연의 가르침이다.
P. 74~75 도리깨질은 칼질 노련한 외과의사 못지않은 정교한 타격이 요구된다. 한 마당만 두드려 주고 가리라 했는데 순애 씨의 입꼬리가 양 귀에 걸린 모습을 보고 한 마당만 더 인심을 쓴다는 게 들깨 다발이 한마당 거리만 남게 되었다. (중략) 내가 도리깨를 내려놓았을 때는 타작마당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P. 99 한바탕(도리깨질)을 끝내고 콩대를 뒤집다가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저쪽에 주저앉아 훌쩍훌쩍 울고 계셨다. 사연이 기가 막혔다. 예순셋인 둘째 딸이 치매가 걸려서 친정으로 데려와 같이 살았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지난주에 요양원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중략) 할머니 연세는 여든여섯이었다.
P. 106~107 (우체부는) 책이나 다른 물건을 택배로 부치면서 요금을 드리면 다음 날 작은 비닐봉지에 영수증과 함께 잔돈을 꼭 챙겨서 가져온다. (중략) 우체부가 우체국에 돌아가서 정산을 할 때 내가 드린 요금이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영수증만 편지나 신문지 사이에 끼워서 대문 밖 우체통에 놓고 간다. 바빠서 그… 더보기
P. 130~131 ‘살림’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가정의 씀씀이를 지혜롭게 하는 슬기를 말하는 것이 첫째요, 죽음의 반대로서의 의미가 둘째입니다. 여기서는 한울님을 모시고 한울님으로서의 체통과 위신과 권위와 품위를 지니고 더욱 활기찬 생활을 엮어 간다는 뜻으로 썼습니다.
P. 154 25년여 전, 야마기시 공동체에 가서 했던 감사 기도가 인상적이어서 한동안은 그렇게 했다. 종교인들이 뻔한 언설을 건성으로 하는 그런 감사가 아니다. 밥상 위에 있는 음식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중략) 이렇게 먹으면 잘 먹는 것이다.
P. 179~180 내가 『소농은 혁명이다』(2017, 모시는사람들)에 실린 ‘소농, 이것이 진짜 혁명이다’라는 글을 쓴 때가 2012년 6월이다. (중략) 소농은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고 ‘소농적 삶’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굴러다니는 폐지만큼도 취급되지 않던 때에 이 글에서 굳이 혁명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생활 전환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ABOUT THE AUTHOR 
전희식
글 쓰는 농부, 생태영성운동가.
1958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났다. 도시에 살다가 1994년부터 전라북도 완주, 2006년부터 장수에서 농사짓고 산다.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채식과 명상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똥꽃』(2008, 그물코), 『땅살림 시골살이』(2011, 삶이보이는창), 『시골집 고쳐살기』(2011, 들녘), 『아름다운 후퇴』(2012, 자리), 『하늘이의 시골일기』(2013, 그레이트북스), 『소농은 혁명이다』(2016, 모시는사람들),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2016, 한살림), 『옛 농사 이야기』(2017, 들녘) 등이 있다.
CONTENTS 
제1부 ………… 농부, 마실을 나가다
나를 알아채는 시간 / 30년 저 너머에 / 황금 개띠라고 하는데 / 나에 대한 믿음의 과잉 사태 / 단순하게 살기와 잡동사니 / 술과 헤어진 뒤 / 야단스럽게 반기기 / 백중 풀베기 / 오늘도 역시나 피난 보따리 / 난방비 제로와 노동의 다양성 / 상류 사람의 도덕적 의무 / 개장수 노릇 / 내가 만든 송곳 하나 / 들깨와 참새 그리고 가로등 / 산과 들판은 겨울 채비로 바쁘다 / 내 식으로 차레 지내기 / 우리 동네 순애 씨 / 밥상 앞에서의 신미란다 원칙 / 믿음의 조건과 유효기간 / 밑그림이 없는 사람
제2부 ………… 농부, 더불어 살다
막상막하 연극놀이 / 할머니와의 약속 / ‘노인의 날’은 언제인가? / 눈 오는 날의 우편배달부 /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가? / 빛나는 졸업장 / 동북아시아 농민들 / 자연농법과 한울살림 / 잘 먹는다는 게 뭘까 / 고속도로 공짜 뒷담화 / 참 스승의 길을 간 김인봉 교장선생님 / 소농을 혁명이라 부르는 이유 / ‘소농’을 ‘혁명’이라 부르게 된 현실 / 동학으로 새로 짜는 모심의 삶
제3부 ………… 농부, 세상 속으로 가다
촛불광장에 서서 / 동학농민군과 세월호 참사 / 잠들지 못하는 영혼 / 영덕의 핵전 막기 / ‘진보’의 신개념 / 꿈같은 상상 / 재생에너지는 영원한가? / 자제된 힘 / 농촌 도로에는 왜 인도가 없을까? / 정의로운 음식과 정의로운 사람 / 공동체에서 조화롭게 살기 / 경고? 부탁? 협박? 고백의 언어 / 사람이면 다야? / 밥상을 점령한 유전자조작식품 / 나도 가해자다 / 살충제 달걀, 육식 문화가 문제다 / ‘혁명’과 ‘깨달음’ / 북핵 운전석 앉으려면 미국 움직여야 /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살처분을 중단해 주십시오” / 상업성 친절의 뿌리, 공짜 점심은 없다 / 농민기본소득, 또 말하기 입 아프다 / ‘가빠 농법’으로 풀 관리하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
글 쓰는 농부, 마음 농사를 짓다!!
농사, 농업, 농부, 농촌
한때 ‘아스팔트농사’가 유행이었다. 쌀이나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위해, 농민들이 서울로 몰려와 아스팔트를 점거(?)하고 투쟁을 벌인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쌀농사가 오래되었다지만, 그에 못지않은 건 ‘자식농사’다. 전통적인 의미야 어쨌건 간에, 지금으로서는 자식들이 정의롭고 자주적이며 행복한 삶을 산다면,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겠다.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생긴 지도 오래 되었으니, 도시농부가 있는 건 당연하다. 초기에는 ‘텃밭’ 등에 한정되었으나, 이제 생물 다양성 보전, 기후조절, 대기정화, 토양보전, 공동체문화, 정서함양, 여가지원, 교육, 복지 등의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구현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농업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일컫는 말로 확장되었다.
농사는 심어서 기다리며, 기르고 살리는 일
이러저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농사란 단지 농촌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니 농촌에 사는 농민들이 도시로 올라오고, 도시 삶에 찌든 사람들이 귀농하는 것만이 농사 문제의 전부일 수는 없다. 어느 경우든 농사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를 가리키는 속 깊은 뜻을 가진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결론을 말하면, 농사란 기르는 일이다. 씨앗을 심고서 기다리는 일이다. 비를 기다리고, 햇빛을 기다리고, 바람을 기다리며 그것들을 모시는 일이다. 기르는 것, 기다리는 것이 시간을 따라 흘러가되, 그것에 정성을 들이는 일이 농사다. 그 정성들임을 일컬어 ‘살림’이라고 한다. 그래서 농사는 심어서 기다리며, 기르고 살리는 일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모두가 농부, 농부가 하는 일이 모두가 농사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사람은 누구나 농부가 된다. 그러므로 농부는 도시에도 있고 농촌에도 있다. 학교에도 있고 병원에도 있고, 촛불광장이나 공장, 바닷바람 드센 배 위에도 농부는 있다. 기르는 사람, 살리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정성들이는 사람은 누구나 농부이기 때문이다. 농부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농사가 된다. 먹을 것을 기르는 일, 입을 것을 만드는 일, 살 집을 만들고 가꾸는 일, 함께사는 세상,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일이 모두 농사가 된다.
세상에는 ‘20모작+’을 하는 농부도 있다
오직 내 한 몸으로 지탱하고 경작할 수 있는 농사에 충실한 농부도 있지만, 세상의 심어서 기르고 살리는 정성이 필요한 온갖 일들에 두루 손품과 발품, 하다못해 말품이라도 파는 농부도 적지 않다. 『마음 농사 짓기 – 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의 저자 ‘글쓰는 농부 전희식’이 바로 그런 경우다. 『똥꽃』을 위시해서 『소농은 혁명이다』에 이르기까지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낸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는 ‘글쓰기’와 ‘(작물)농사’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전국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품앗이에 여념이 없다. 그가 간여하는 농사일들을 헤아려 보면, 20모작은 너끈히 되고도 남는다.
도리깨질에서 지구의 미래 걱정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그의 농사 너머의 농사일을 눈에 띄는 대로만 언급해 봐도 이는 금방 드러난다; “마음(영성)수행, 민주화운동 역사증언, 이웃 할머니와 어울리기, 마실 다니기, 농촌 체험 단체손님 안내, 해외 명상 유적 탐방, 귀농과 마음수양 강연, 동네 쓰레기 청소, 환경 친화적 난방(땔감나무), 강아지 분양, 농사 용품 재활용, 친환경 생활여건 조성 공공신고 활동, 촛불시위 참여, 동네 어른들 봉양, 동네사람들, 농부의 시각으로 세상 바라기, 농업 관련 국제행사 참가, 귀농 강연, 시민사회활동, 한울살림 활동, 한울농법 보급, 사회장 장례 치르기, ‘\소농혁명운동, 핵전반대 활동, 동학 활동….”
모든 농사는 마음 농사로 통한다
개인적인 활동이든, 긴급한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활동이든 그는 모든 ‘농사현장’에서 단지 당면한 농사일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거리감을 잃지 않고 반성과 조심을 거듭한다. 그 하나하나가 마음 농사짓기이다. 백남기 농부 또는 의로운 한 교장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 지나가던 마을에서 우연히 일손을 거들게 된 도리깨 타작마당에 이르기까지, 서울 광화문에서 중국의 한 농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그의 마음 농사짓기는 계속된다. 분명히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에서도 그는 관성적으로 사람과 사건을 대한 태도를 스스로 경계한다. 뿐만 아니라 사물 하나하나에도 그의 마음은 소홀하지 않는다. 동학의 경물(敬物) 사상을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그에게는 그것이 체화(體化)되고 심화(心化)되고, 의식화(意識化)되어 있다. 그 눈으로 사람과 만물을 바라보고 그 마음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그 마음을 따라 실천하고 살아간다.
성내지 않는 그 마음이 살리는 마음
일이 많다고 바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늘 챙긴다고 긴장된 삶의 연속은 더더욱 아니다. 저자가 스스로 “어떤 조건에서도 긴장 없이 균형을 유지하며 평화로운 일상. 시골에 살면서 겪는 여러 일화들 중심으로 정리한 글들”(9쪽)을 모았다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농촌의 삶’이 선사하는 평화와 행복을 만끽하며 산다. 이제는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평소에 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성을 안 내는 기 고마워. 늘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205쪽)라고 말한 그대로 그는 치열한 전투 현장이든, 해학과 풍자 넘치는 마을에서든 웃는 표정과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가는 곳마다 기다려주고, 함께해주고, 살리고, 기른다. 그 갈피, 순간마다 그는 ‘나를 알아챈다.’
이야기를 만들다, 기록하다, 노래하다
그러고 보면 농사 중에서도 제일은 마음농사다. 마음농사는 쌀농사나 다른 농사를 뒷자리에 놓는 농사가 아니라, 그것을 모시는 농사다! 마음농사는 그 자체로 살리는 일이다. 마음으로 짓는 농사요, 마음을 짓는 농사다. 농사를 짓되 마음에 거리낌을 남기지 않는 농사요, 농사를 지으면서, 마음을 기르는 농사다. 글쓰는 농부 전희식은 그 갈피와 순간들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기록하고, 노래한다. 스스로 정의하기를, 그 마음 농사짓기는 모두 “나를 알아채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마음 농사의 시간은 소중하다. 이야기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이 소중한 것은 그곳에 공감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담은 다시 시간을 따라 그 공간(마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야기텃밭이다, 생각의 텃밭이다, 마음의 텃밭이다.
지금 왜 다시 마음 농사인가?
귀농귀촌은 이제 ‘하면 좋은 것’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나는 자연인인다!’ 같은 프로그램이 장년층에게 인기 프로그램으로 고정되는 현실이다. 무엇 때문일까? 1인당 소득 1000불일 때도, 자식 둘셋은 대학을 다녔는데, 소득 3만 불이 되어서는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들고 50, 60대는 일할 곳이 없는 데 산업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고, 5000만이 넘는 인구에도 ‘출산율’이 안 오른다고 아우성인가. 무엇 때문일까?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숙고하기보다 여전히 외형의 크기와 성장 신화에 매여 있는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마침 3.1운동 100주년이지 않은가.